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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결혼 반년만에 혼인취소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7-03-27 01: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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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여성이었다?..결혼 반년만에 '혼인취소'

의사 신분으로 여성이 되고 싶은 성향 속이고 결혼…혼인취소 후 혼전 확인 어려워 제2의 피해 우려

머니투데이 | 김유경 기자 |

"여자들은 소변을 볼 때 화장지 몇 칸을 사용해? 화장지는 몇 번 접어? 어떻게 닦아?"

원소영씨(가명)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남명훈씨(가명)가 들어와 진지하게 물어본 질문들이다.

남편이라지만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건 변태 같아 뜨악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맞나 싶었다.

원씨가 남편을 만난 건 2012년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남씨는 A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 B대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한 의사다. 연봉도 1억 원이 넘는 나무랄 데 없는 인재였다. 성격도 다정다감해 원씨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tttttt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두 사람은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했다. 남씨가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아놓은 돈이 없는 걸 이해한 원씨는 결혼비용부터 살림살이 마련은 물론 전세비용까지 모두 부담했다. 사랑하니까 문제없다고 여겼다. 남씨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원씨는 결혼생활 6개월 만에 '혼인취소' 소를 제기했다. 장장 15개월 동안 법정에서 싸웠다. 그리고 지난해 말 대법원은 원씨 손을 들어줬다. 혼인취소 판결이 난 것. 원씨가 제시한 10개의 증거물이 모두 혼인취소 판결 사유로 채택됐다.

◇ '혼인취소' 판결난 악질사유…혼인전 밝히지 않은 양성애자 성향

판결에 따르면 남씨는 '여성이 되고자 하는 성적 지향성'을 가진 양성애자였다. 신혼여행 첫날밤, 원씨는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남편의 이상한 성향이 감지되기 시작한 건 결혼 3~4개월 차부터다.

남편이 몰래 복용하는 약이 발견돼 약사인 지인에게 알아보니 항우울제였다. 1개월 후엔 다이어트 약도 발견됐다. 키 177㎝·체중 78㎏인 남씨가 늘씬한 여성의 몸매를 동경해 65㎏을 목표로 체중감량에 나섰던 것.

의사였기 때문에 원하는 약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여성 의류나 구두 역시 몰래 구입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결혼하면서 '남다른' 성향이 들통 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남씨는 여성이 되고 싶었지만 의사라는 신분 때문에 이러한 성향을 감추고 결혼까지 강행한 후 아내의 여자친구가 되기를 소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혼인취소' 당했지만 당당한 남씨…제2 피해 우려

남씨가 '여성이 되고자 하는 성적 지향성'을 숨기고 결혼한 것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악질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가정법원의 최종판결이다. 원씨 승소로 혼인은 취소됐고, 남씨에게는 2000만 원의 위자료가 책정됐다.

문제는 남씨가 또 다른 사람을 상대로 '사기' 결혼을 진행할 경우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씨가 혼인취소 당한 사실을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타인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변호사 A씨는 "혼인취소 사실은 혼인관계증명서 또는 가족관계증명서에 나오지만 본인만 증명서를 뗄 수 있다"며 "혼인신고 전 본인이 밝히기 전엔 알 수 없어 원씨와 같은 피해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인취소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누가 피고인지 혼인취소 사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이혼전문 변호사 B씨는 "원고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혼인취소는 승소하기도 어려운데다 법정에서 피고의 악질이 드러나도 판결문을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 이혼, 혼인무효, 혼인취소 어떻게 다를까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에 접수된 가사소송사건은 총 5만1621건. 이혼이 4만2244건으로 가장 많고, 혼인 무효·취소는 1187건으로 2.3%에 그친다. 혼인 무효·취소에서 원고가 이긴 경우는 529건으로 승소확률은 44.6%다.

승소확률이 높은 것 같지만 혼인취소의 경우 증거 제시가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변호사들은 이혼소송을 권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혼인취소 사건은 통상 이례적이고 승소 사례는 드물다.

이혼, 혼인무효, 혼인취소는 어떻게 다를까. 이혼은 합의하에 결혼을 했다가 갈라서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결혼건수는 32만2800건, 이혼건수는 11만5300건이며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3건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 9위다.

혼인무효는 △당사자 간 혼인 합의가 없을 때 △혼인 당사자가 근친관계일 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혼인의 무효사유가 명백하다면 법원 허가만으로도 혼인무효를 시킬 수 있다.

혼인취소는 혼전에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사유로는 △혼인 적령(만 18세)에 달하지 않았을 때 △결혼을 할 당시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사유를 알지 못했을 때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 의사표시를 했을 때 등이다.

다만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라도 악질 사유 등을 알고 6개월이 지났거나 배우자의 사기 행위를 알게 된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혼인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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