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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일간의 만삭체험기①…남자, 만삭이 되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7-03-27 0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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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 Politics & Social Affairs

7일간의 만삭체험기①…남자, 만삭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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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tttt<디지털, 모바일 온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직 디지털 콘텐츠는 1도 잘 모르는 기자들이 일하는 미디어 랩 HOOC. [HOOC간다]는 평범한 소재에서부터, 희한한 대상까지, 색다른 관점과 디지털 문법으로 공감을 전하는 HOOC의 체험 콘텐츠입니다. 그 첫번째는 1주일의 만삭체험에 나선 남편이자, 예비 아빠의 체험 이야기 입니다. >


[HOOC=서상범 기자]“선배. 만삭 체험 해보시죠?” 팀원들과 [HOOC간다]의 첫 번째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한 후배가 덥석 한 마디를 던졌다.

‘만!삭!체!험!’ 그렇다. 현재 예비 아빠인 내가, 6개월 동안 임신의 힘듦을 오롯이 겪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기만 했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아이템. 어차피 임산부 교실 한 번은 가서 체험해야 되는데, 미리 해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에 나는 덥썩 미끼를 물었다. 여기에 이왕 하는 거 1주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호기로운 외침도 덤으로.(몰랐다. 이게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 때는 전혀)
만삭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만삭 체험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체험 장비를 구하는 것. 일단 인터넷에 찾아보니 체험 기사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을 맞아 1시간 혹은 길게는 2일에 걸쳐 체험을 한 내용이었다.

‘가소롭기는, 나는 1주일을 할 건데’라며 코웃음을 쳤다(다시 한 번 몰랐다. 그들 역시 대단한 체험을 했다는 것을)

의외로 장비는 인터넷에서 최저가 3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운영비 60만원의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선뜻 장비를 구입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앞선 체험 기사들도 보건소 등에서 장비를 빌렸던 차라, 차선책으로 정부 기관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기레기라고 욕하지 말아달라 ㅠㅠ)

그래서 일단 여성가족부에 전화를 걸었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그 곳이라면, 여성의 출산 과정에 대한 남성들의 공감을 높이기 위해 만삭 체험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HOOC : 저기, 이번에 1주일간 만삭 체험을 하려하는데. 체험 장비를 구할 수 있을까요?

여성가족부 : 읭? 우리 임산부 체험이랑 아무 상관 없는데?

그랬다. 여성가족부는 주무 부처가 아니었다. 출산과 육아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보건복지부라고 한다. 예전에 1년 동안 여성가족부를 출입했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에 반성하며,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로 연락을 취했다.

HOOC : 저기, 이번에 1주일간 만삭 체험을 하려하는데. 체험 장비를 구할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 : 오! 1주일을 체험 한다고? 물론 도와주마!! 장비는 인구보건협회에 가면 빌려줄거야!

그렇게 우주의 기운을 모아 장비를 협조받을 수 있었고, 지난 18일(화요일) 서울 영등포구 인구보건협회로 장비를 받으러 갔다.
만삭 체험장비를 겟!했다

미리 연락을 받은 협회 관계자는 거대한(?) 장비를 나에게 내밀었다. 체험 장비와의 첫만남은 뭐랄까. 생소했다. 앞치마처럼 어깨 끈이 달려있었고, 앞면에 뭔가 어색한 것이 달려있었다. 두 개의 가슴과, 그 밑에는 생각보다 커 보이는 튀어나온 배. 일단 앞뒤 가리지 않고 착용에 도전해봤다.

그런데! 그런데!! 무겁다!!!

착용하는 순간 조금 과장해서 무게가 앞으로 쏠리며 넘어질 것 같았다. “아니 이거 무게가 얼마에요?” 다급하게 외치는 나를 보며, 협회 관계자는 뭘 그정도로 엄살을 부리냐는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6kg요.”
왼쪽부터, 양수팩, 콩팥주머니, 체험복

이어 관계자는 구성물을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우선 배 부분에는 마치 캥거루 인형에서 볼 수 있는 지퍼가 달려있었는데. 그 안에는 양수 역할을 하는 고무팩(이 안에 물을 채워 넣는다)과 방광주머니(임산부의 방광을 태아가 압박하는 것을 체험하기 위한 것)가 채워져 있었다. 다행히 가슴 부분에는 스펀지로 채워져 보기보다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원래 고무팩을 물론 꽉 채우면 10kg을 조금 넘는데, 1주일 동안 내내 착용한다고 해서 무리가 될 것 같아 6kg정도로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

*만삭 임산부는 양수의 무게, 태아의 무게, 늘어난 체중 등 임신 전보다 10kg 이상의 체중이 증가한다고 한다.
<관련기사 클릭>임신을 하면 달라지는 마법같은 변화들

원래 임산부의 경우 서서히 체중이 증가하고 체형 역시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변화하지만, 남자들은 이런 변화 없이 갑자기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실제 설명을 듣는 몇 분의 시간 동안 어깨와 등, 허리에 무게가 쏠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평소 허리 디스크로 찬 바람이 불면 고생하는 기자의 몸상태를 고려해, 아쉽지만 초기에는 적응을 위해 6kg 정도로 무게를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장비를 착용했고, 인구보건협회 직원들의 힘내라는 격려와 함께 본격적으로 1주일 동안의 체험을 시작했다.

우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을 했다.(기자는 평소 운전을 하고 다니는데, 1주일간의 체험 기간 동안 대중 교통 체험 역시 준비돼있다)
사진설명=지난 18일 기자는 1주일간의 만삭체험에 돌입했다. 6kg의 체험장비를 착용한 기자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배를 어루만지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일단 운전석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튀어나온 배는 운전대에 걸렸고, 평소 운전 습관에 맞춘 시트 각도는 무거워진 허리를 감싸기에 너무나 불편했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채울 때는 나도 모르게 배에 상처(?)가 생길까봐 걱정돼 조심조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서자 알 수 없는 어색함은 더 심해졌다.

우선 운전대를 잡는 것이 불편했다. 운전대와 나 사이에 불룩 튀어나온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운전을 하는 손놀림이 어색했고, 평소의 거리감각보다, 사물이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다.

서울 도심의 차량 역시 평소보다 위험하게 느껴졌다. 자칫 간단한 접촉 사고라도 생겨 내 배(?)속 태아에게 치명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코너링이 완벽했던 그 분의 아들처럼 부드러운 주행을 내내 유지해야 했다.

그렇게 약 30분을 달려 용산구의 사무실로 복귀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나는 나를 슬프게 하는 것과 직면해야 했다. HOOC은 건물의 4층, 맨 꼭대기에 입주해있는데.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평소에는 한 번에 두개씩 오르던 계단. 하지만 만삭의 나에게는 계단 하나하나의 개수를 세면서 오를만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존재였다. 내가 왜 임신을 해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나를 임신시킨 가상의 남편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남편들아, 임신 기간 중에 아내가 예민해지고, 이유없이 화를 내더라도 이해하셔야 한다.

그렇게 도착한 사무실, 팀원들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튀어나온 배와 역시 튀어나온 가슴. 모 팀원은 제일 먼저 내 가슴을 눌러봐도 되냐고 물었고, 연신 카메라에 내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무게를 확인해 본 후, 그들의 웃음기는 싹 사라졌다. 너희들도 한 번 체험해봐라는 나의 따뜻한 배려에 그들은 자리로 돌아가 지금껏 본 적 없던 열성적인 모습으로 업무에 집중했다.

이후 오후 8시에 퇴근 하기 전 까지 나는 앉은 자세에서 업무를 처리했다.(업무 중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본 순간 눈물이 글썽였다. 이렇게 힘든 일을, 엄마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버티고 있었다는 것에 미안하고, 또 고마워서였다.

하지만 아내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웃음부터 터트렸다. 이어 아내는 “오빠도 해보니까 알겠지?”라며 “일주일 동안 꼼수 부리지 말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렇게 고마운 아내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더 생생하게 만삭을 경험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2편에서는 만삭으로 인해 달라진 일상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전국의 어머니들과, 남편분들의 응원을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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